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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언어 발달에서 첫 단어는 보통 생후 12개월 전후에 나타납니다. 그런데 저희 집 쌍둥이는 돌이 지나도 한동안 말보다 몸짓이 먼저였습니다. 주변 또래와 비교하다 보면 괜히 불안해지는 시기가 분명히 오더라고요. 그 과정을 직접 겪어보니, 말이 늦는 것처럼 보이는 시기에도 아이 안에서는 분명 무언가 쌓이고 있었습니다.

말문 열리는 시기, 직접 겪어보니 교과서와 달랐습니다
일반적으로 아기의 언어 발달은 생후 6개월부터 옹알이가 활발해지고, 12개월 전후로 유의미어(meaningful word), 즉 특정 대상이나 상황과 연결된 첫 단어가 나온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유의미어란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맘마", "엄마"처럼 뜻을 담아 사용하는 단어를 말합니다. 그런데 저희 집은 돌이 지나고 한참 동안 그 단계가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반응은 있었습니다. 이름 부르면 고개를 돌리고, "까꿍" 하면 손으로 얼굴을 가렸습니다. 말을 못 알아듣는 게 아니라 그냥 입으로 내뱉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 수용 언어(receptive language)와 표현 언어(expressive language)의 차이가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습니다. 수용 언어란 듣고 이해하는 능력, 표현 언어란 직접 말로 내뱉는 능력인데, 이 두 가지가 항상 같은 속도로 자라지 않는다는 게 핵심입니다.
18개월쯤 됐을 때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가자", "주세요", "안 돼" 같이 하루에도 수십 번 듣던 말들을 조금씩 흉내 내기 시작한 겁니다. 처음에는 마지막 음절만 따라 하는 수준이었지만 억양만큼은 제 말투와 거의 똑같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외출 준비를 하면 먼저 "가자" 비슷한 소리를 내고, 간식이 보이면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단어를 뱉는 식이었습니다. 단어를 외운 게 아니라 상황과 묶어서 기억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출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18개월 발달 이정표에 따르면 18개월 기준으로 최소 10개 이상의 단어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저희 집은 그 기준에 아직 못 미쳤던 시기였는데, 그 사실이 오히려 더 불안함을 키웠습니다. 그래서 소아과에도 들렀고, 의사 선생님께서는 이해력이 정상 범위라면 표현이 조금 늦는 경우는 충분히 있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 유의미어: 뜻을 담아 상황에 맞게 사용하는 첫 단어 (예: "맘마", "엄마")
- 수용 언어: 타인의 말을 듣고 이해하는 능력 표현보다 먼저 발달하는 경우가 많음
- 표현 언어: 말이나 몸짓으로 의사를 직접 전달하는 능력 개인차가 큼
- 어휘 폭발(vocabulary spurt): 특정 시점 이후 단어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현상
24개월 이후 언어 발달, 어휘 폭발이 실제로 있었습니다
말이 조금 트인 뒤에도 한동안은 늘 비슷한 단어만 반복하는 시기가 꽤 길었습니다. 분명히 아는 게 늘어나는 것 같은데 입으로 나오는 건 제자리걸음처럼 느껴졌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한 번 말문이 트이면 그냥 계속 늘어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혼자 놀다가 갑자기 전에 한 번도 쓰지 않던 단어들을 중얼거리기 시작하는 겁니다. 책에서 반복해서 들었던 표현, 노래 가사 일부, 제가 무심코 했던 말까지 툭툭 튀어나왔습니다. 이게 언어 발달에서 말하는 어휘 폭발(vocabulary spurt)이었습니다. 어휘 폭발이란 보통 18~24개월 사이에 특정 시점을 기점으로 새로운 단어 습득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서서히 오는 게 아니라 진짜 어느 날 갑자기 오더라고요.
24개월이 지나면서부터는 분위기가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물 주세요", "엄마 여기", "이거 없어"처럼 두 단어를 이어 붙이기 시작했고,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생기면 짧게라도 이유를 말하려고 했습니다. 이 두 단어 조합 단계를 전보식 언어(telegraphic speech)라고 하는데, 여기서 전보식 언어란 핵심 단어만 골라서 이어 말하는 방식으로 문법보다 의미 전달이 먼저인 단계입니다. 아이가 "엄마 가"라고 말하면 문법적으로는 틀렸지만 의미는 완전히 전달되는 식입니다.
쌍둥이라는 환경이 여기서 꽤 흥미롭게 작용했습니다. 한 아이가 새 단어를 쓰면 다른 아이가 그대로 따라 하고, 그 단어를 둘이 계속 주고받으면서 같이 굳혀가는 방식이었습니다. 제 경우엔 이 상호 강화(mutual reinforcement) 덕분에 단어가 혼자 자랄 때보다 훨씬 빠르게 늘었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출처: 미국소아과학회(AAP) 24개월 발달 이정표에 따르면 24개월 기준으로 약 50개 이상의 단어와 두 단어 조합이 가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말을 억지로 따라 하게 했을 때보다 책 읽는 시간이나 노래를 반복해서 들려줬을 때 훨씬 반응이 좋았습니다. 또 아이가 서툴게 말해도 바로 고쳐주기보다 "맞아, 그거 말하는 거지?" 하고 눈을 보며 반응해주니까 더 자신 있게 같은 말을 반복하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말이 통한다는 경험을 자꾸 쌓게 해주는 것, 그게 제 경험상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돌이 지났는데 아직 말을 한마디도 안 해요. 언제쯤 되는 건가요?
A. 저희 집도 돌 이후 한동안 말보다 몸짓이 훨씬 많았습니다. 미국 CDC 기준으로 18개월까지 유의미어 10개 내외가 나오는지를 하나의 기준점으로 삼습니다. 다만 이해력이 정상 범위라면 표현 언어가 조금 늦는 경우는 흔합니다. 18개월이 지나도 이름에 반응이 없거나 간단한 지시어를 전혀 이해 못 한다면 소아과 상담을 받아보는 게 좋습니다.
Q. 말을 따라 하게 하려고 계속 시키는데 오히려 싫어하는 것 같아요.
A. 제 경험상 억지로 따라 하게 하는 방식은 역효과가 났습니다. 저희 집도 "따라 해봐"보다 책 읽기, 노래 반복처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같은 표현을 많이 들려줬을 때 훨씬 잘 따라 했습니다. 말하고 싶은 분위기를 만드는 게 먼저입니다.
Q. 아이가 발음이 너무 부정확한데 그냥 둬도 되나요?
A. 24개월 이전에는 발음 정확도보다 억양과 의미 전달이 더 중요한 시기입니다. 저희 집도 발음은 뭉개져 있었지만 억양은 제 말투와 거의 똑같았습니다. 바로 교정해주기보다 아이의 말을 한 번 정확하게 반복해서 들려주는 방식이 자연스러운 교정이 됩니다. 만 3세 이후에도 특정 음이 계속 어렵다면 언어 치료사 상담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Q. 말이 갑자기 줄어든 것 같아요. 퇴행인가요?
A. 언어 발달에서 일시적인 언어 퇴행(language regression)은 새로운 발달 과제에 집중하는 시기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동생이 생겼거나 환경이 크게 바뀐 경우에도 일어납니다. 직접 겪어보니 며칠 말이 줄었다가 다시 새 단어를 한꺼번에 쏟아내는 패턴이 반복되기도 했습니다. 단, 이전에 확실히 하던 말이 2주 이상 사라진다면 전문가 확인이 필요합니다.
결론
저희 집은 18개월에 겨우 말문이 열렸고, 한동안 제자리처럼 보이는 시기를 거쳐 24개월 이후부터 진짜 대화가 시작됐습니다. 그 사이 시간이 낭비된 게 아니라 아이 안에서 수용 언어가 먼저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는 걸 지나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말이 빠른 아이와 비교하던 시간이 솔직히 제일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아이의 언어 발달은 속도 경쟁이 아니라 자기 속도로 채워지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말이 통한다는 경험을 자꾸 쌓게 해주고, 일상에서 쉬운 표현을 반복해서 들려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자라더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