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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사람을 잇는 영화, 인턴 (은퇴자, 관계, 세대공감)

by onelro 2025. 3. 29.

영화 '인턴'의 포스터 사진

 2015년 영화 '인턴'은 은퇴 후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70세 남성과, 스타트업을 이끄는 젊은 CEO가 만나 서로의 삶에 따뜻한 영향을 주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단순한 세대 간 갈등이 아닌, 이해와 공감으로 이어지는 관계의 성장 과정을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영화는 일이라는 공간 속에서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연결되고 변화하는지를 담백하게 그려내며, 일과 인간, 세대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다시 돌아보게 만듭니다. 따뜻한 위로와 잔잔한 감동이 오래 남는 영화입니다.

1. 은퇴자 인턴, 새로운 시작의 의미

 영화 '인턴'의 시작은 은퇴한 70세 남성 벤 휘태커가 새로운 삶의 방향을 모색하는 장면으로부터 출발합니다. 오랜 세월 회계사로 성실히 일해온 그는 퇴직 후 여행, 외국어 공부, 친구들과의 시간 등 다양한 일로 시간을 채워보지만, 어딘가 허전한 공허함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가 느끼는 이 공백은 단순한 할 일이 없음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의 자기 역할 상실에서 비롯된다는 점이 저는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영화는 일이란 단어의 본질을 다시 묻기 시작합니다. 벤은 우연히 접한 시니어 인턴 채용 공고를 통해 스타트업 회사에 인턴으로 입사하게 됩니다. 나이로 보면 분명 조직의 평균 연령대와 큰 차이를 보이지만, 그는 오히려 그 차이를 거리감이 아닌 자신만의 가치로 전환해 냅니다. 젊은 직원들이 전자기기로 회의 일정을 관리할 때 벤은 가죽 다이어리를 꺼내고, 이메일로 대신하는 인사에 손 편지를 쓰며, 소소한 매너와 예의를 실천하는 모습은 세대 차이를 넘어선 태도의 차이를 보여줍니다. 저는 이 장면들을 통해 늙었다고 해서 시대에 뒤처지는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벤은 뛰어난 스킬이나 IT 능력을 보여주지 않지만, 오랜 경험에서 비롯된 안정감과 배려, 책임감으로 조직에 스며듭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오히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잊히고 있던 진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일깨워줍니다. 벤의 캐릭터를 통해 은퇴자의 새로운 시작을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그 가능성과 의미를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회는 나이를 기준으로 사람의 역할을 정해버리지만, 이 영화는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을 다시 정의할 수 있는 용기가 인생 후반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2. 젊은 CEO와 노년 인턴, 서로를 채우는 관계

 영화 '인턴'에서 가장 중심적인 서사는 바로 벤과 줄스의 관계입니다. 겉보기에 두 사람은 모든 것이 다릅니다. 한 명은 은퇴 후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는 70대 남성이고, 다른 한 명은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을 이끄는 젊은 여성 CEO입니다. 처음부터 두 사람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건 아닙니다. 줄스는 시니어 인턴 제도에 회의적이고, 벤에게도 업무 지시 없이 자리만 차지하지 말아 달라는 식의 태도를 보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두 사람 사이에는 나이도, 직급도, 성별도 넘는 깊은 신뢰가 싹트기 시작합니다. 줄스는 외적으로는 성공한 리더처럼 보이지만, 내면에는 늘 외로움과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회사의 빠른 성장과 직원들의 시선, 가정에서의 역할까지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그는 스스로에게 엄청난 책임을 부여하고 있었고, 그로 인해 점점 지쳐가는 모습이 엿보입니다. 벤은 그런 줄스를 바라보며 무엇을 해주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보다는, 그저 옆에 머물며 조용히 기다리고, 그녀가 말하지 않는 감정들까지도 눈빛과 태도로 알아채려 합니다. 저는 이 관계가 단순한 조언자와 조언받는 사람의 구도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빈자리를 조금씩 채워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참 인상 깊었습니다. 벤은 줄스를 통해 다시 사회와 연결되고, 줄스는 벤을 통해 다시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대한 따뜻함을 느끼게 됩니다. 벤이 보여주는 느긋함, 침착함, 절제된 태도는 줄스가 혼란 속에서도 중심을 잡을 수 있게 도와주는 무언의 버팀목이 되어주고, 줄스의 열정과 추진력은 벤이 지닌 인생 후반의 에너지를 다시 일깨워줍니다. 누군가를 바꾸려 하지 않고, 그저 옆에서 함께하며 조금씩 영향을 주는 것. 그것이 진짜 관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는 벤과 줄스를 통해 세대 간의 진정한 소통이 어떤 모습인지 보여줍니다. 말보다 더 큰 공감, 조언보다 더 깊은 지지. 이 영화가 전하는 따뜻함은 바로 이런 관계 안에서 자연스럽게 피어납니다. 저는 이 이야기가 단순히 업무나 조직 내 인간관계가 아닌, 삶과 삶이 교차하는 순간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3. 일과 인간, 두 축이 공존하는 따뜻한 이야기-세대공감

 영화 '인턴'이 특별하게 느껴졌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일이라는 테마를 다루면서도 그 안에 있는 사람을 절대 놓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종종 일을 성공의 수단으로만 바라보거나, 반대로 인간관계가 희생되는 구조 속에서 일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 두 가지가 반드시 충돌하는 게 아니라, 충분히 함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아주 부드럽게 보여줍니다. 벤은 조직에서 특별한 성과를 내는 인물은 아닙니다. 그는 뛰어난 전략가도, 혁신적인 인재도 아닙니다. 하지만 누구보다 성실하게 제시간에 출근하고, 주변 사람들의 작은 변화를 눈여겨보며, 가끔은 조용히 커피 한 잔을 건네는 사람이죠. 이런 모습이 오히려 조직에 더 깊은 안정감을 주는 모습이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일이란 구조 안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역할이 아닐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줄스 역시 젊은 CEO로서 조직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책임감, 사회적 성공을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 그리고 가정 내 갈등까지. 그녀는 끊임없이 자신을 조율하며 앞을 향해 달려갑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 과정 속에서 줄스가 단순히 강인한 리더로만 존재하지 않도록 합니다. 지치고, 흔들리고,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 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일하는 여성, 일하는 부모, 일하는 청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현실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대부분의 시간이 일과 연결되어 있다면, 그 속에서 인간적인 연결이 배제되어선 안 된다는 것. 조직에서의 배려, 동료 간의 신뢰, 윗사람의 이해와 아랫사람의 존중. 이런 것들이 곧 그 일을 더 가치 있게 만들고, 우리가 일터에서 느끼는 소속감을 높여준다는 점을 영화는 아주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저는 이 영화를 통해 일에 대한 피로보다는, 사람과 함께하는 일이 얼마나 의미 있는지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지금도 제 일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잔잔하게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결론

 영화 '인턴'은 단순히 은퇴자의 제2의 인생을 다룬 이야기가 아닌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가 서로의 시선을 나누며,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저는 이 작품을 통해 관계란 가르치거나 배우는 것에만 머무르지 않고, 그저 곁에 있어주는 것으로도 충분하다는 사실을 느꼈습니다. 줄스가 말하지 못한 고민을 벤은 조용히 들어주고, 벤이 느꼈던 삶의 공허함은 줄스와 함께하면서 조금씩 채워집니다. 그 과정이 영화 전반에 걸쳐 자연스럽게 흐르기 때문에 관객 역시 이 관계에 쉽게 스며들게 됩니다. '인턴'은 일, 사람, 그리고 나이라는 경계를 넘어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직장이라는 공간 속에서도 사람의 따뜻함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떠올리게 해주는 이 영화는, 세대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위로가 될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합니다.